몸과 아픔의 틀 지우기 -Sarah Nettleton의 "Power, Pain and Dentistry"-
소속 상세정보
강신익(姜信益)
KMID : 0362619980170010074
Abstract
英國에 처음 와서 우연히 보게 된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. 이곳에서
꽤 많이 알려진 여성 TV사회자의 얘기인데, 어머니와 언니가 乳房癌으로 사망한 뒤 자신도
그 병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과정을
그대로 필름에 담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방영한 것이었다. 遺傳子 검사 결과 유방암으로
사망한 언니의 것과 동일한 因子가 발견되자 자신도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될 것으로 믿어 의
심치 않게 된 이 젊은 여자는, 아무런 증상도 없는 자신의 양쪽 유방을 절제하기로 결정한
다. 몇 명의 전문의사를 찾아다니며 의견을 구하던 중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외과의사를
만나 유방절제 수술을 받는다는 얘기이다. 하지만 프로그램 맨 나중에 나오는 대사는 나를
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. "조직검사 결과 아무런 異常所見도 발견되지 않았다." 이
경우 疾病은 - 만약 정말로 이것을 질병이라 부를 수 있다면 - 과연 어디에 또는 어떻게
존재하고 있었을까? 이것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줄곧 나를 따라다닌 떨쳐버릴 수 없는 의문
이었다.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, 이 질문 자체가 어떤 뿌리깊은 假定에 근거하고 있
음을 발견하게 된다. 우리는 흔히 처음 진료실에 들어선 환자에게 "어디가 불편하세요?" 라
고 묻는다. 물론 이 "어디" 는 "무엇" 과 "어떻게" 를 포함하는 폭 넓은 뜻을 가지고 있는
것이기는 하지만, 이런 질문을 받은 환자는 일단 자신의 '어디" 가 아픈지를 찾게 마련이다.
또는 진료실에 들어서기 전에 어디가 아픈지를 결정하도록 요구된다. 이렇게 아픔의 總體的
또는 實存的 의미는 의사와의 첫 대화에서 사라져 버리고 아픔은 "位置"로서만 남게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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